<독일의 영국정원 - photo diary>
잔디밭에 앉아서 쉬던 나는..저 나무들 사이로 새어나오는 빛을 보고
'바로 저 빛이다! 싶었다. 절대 놓칠 수 없는 순간이였다.
이런 생각을 하기까지 단 1초도 걸리지 않았을 것이다.
난 어느새, 저 빛 바로 아래 서있다.손을 뻗어본다. 닿을 듯 닿을 듯 닿지 않는다.
가고싶다. 저 빛 끝으로 날아가고 싶다. 미친듯이 달려서라도 도달하고 싶다.
저기에 도달하면 난 무언가 새로운 걸 느낄 수 있다. 그게 어떠한 결심이든 뭐든 간에..
도착 한 후는 생각지 않는다. 결과를 현실로 생각하면 그건 환타지가 아니다.
오로지 순간의 느낌만 중요할 뿐이다.
무엇으로부턴지는 모르겠지만..
아니 모든것으로부터 갈증을 느꼈던 나는 저 빛을 절대 놓칠 수가 없었다.
그대로 눈이 멀것 같았다. 어떻게 하면 지금 내 느낌을 설명할 수 있지? 고민했다..
지금 이 순간 세상이 blur 처리 될 것만 같은데..
난 렌즈에 입김을 '하-아' 하고 불고는 재빨리 셔터를 눌렀다.
잘 나올 수 있을까.. 과연 그 느낌이 나올 수 있을까.
결과는 만족스러웠다. 인화한 사진을 본 후 나는 그 느낌에 ..울렁거렸다.심장이..
난 이 때 이상이 떠올랐다. 박제가 되버린 천제를 아시오? 작가 이상말이다..
박제(剝製)가 되어 버린 천재'를 아시오? 나는 유쾌하오. 이런 때 연애까지가 유쾌하오. 육신이 흐느적흐느적하도록 피로했을 때만 정신이 은화(銀貨)처럼 맑소. 니코틴이 내 횟배 앓는 뱃속으로 스미면 머리 속에 으례 백지가 준비되는 법이오. 그 위에다 나는 위트와 패러독스를 바둑 포석처럼 늘어놓았소. 가증할 상식의 병이오.
난 다시 저 빛을 지그시 바라본다.. 빛에서 또 수많은 빛이 갈라져 나온다..
이것은 심각한 유희이다..난 주저 앉아있는 이상과 눈이 마주친다..
어디로 가야할까 고민한다. 아스피린 대신 아달린을 먹이며 자신을 속여온
아내에게 돌아가야하나. 어디로 가야하나..답답한 마음에 그는 나와 차를 한잔 한다.
그는 조용히 스물여섯해를 회고한다.. 나는 답하지 않는다. 그래도 소통이 된 기분이다..
이 때, 오후의 사이렌이 울려온다. 온갖 세상의 것들이 끓어오른다..
현란의 극한 오후의 정오.. 그는 불현듯 겨드랑이가 간지럽다
아...그의 인공날개가 돋았던 자리이다.
그때 나와 그는 동시에 저 빛에 몸을 던진다.
이상은 '그래 날자. 다시한번 날자꾸나' 라고..
나는 '그래 한번.. 날아보자' 라고..
그 빛에 우린 눈이 먼다..모든것이 페이드 아웃.....
이 사진한장으로 나는 그를 만난 것이다..감동이 아닐 수 없다!
그는 그 자체로 초현실. 그는 환타지.
그렇기 때문인지 소설 마지막 그의 죽음은 결코 가엾거나 어리석어 보이지 않는다.
죽음이 아니라 비로소 살아난 것.. 그런 느낌
음..잠시 접어두었던 라디오 헤드의 3집도 듣고 싶어지고
이상을 위한 오마쥬 작업을 미친듯이 해보고 싶은 욕망이 솟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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